
기타가 짧게 끊기고, 베이스가 그 빈틈을 파고든다. 건반은 멜로디보다 리듬에 가까운 소리를 내고, 보컬은 능청스럽게 말을 건다. 1978년 사랑과 평화의 첫 음반은 한국 가요 안으로 소울과 훵크(Funk)의 몸짓을 밀어 넣었다.
서울나그네에서 사랑과 평화로
한국대중음악상 공식 기록은 밴드의 역사를 1976년 서울나그네에서 시작한다. 1978년 사랑과 평화로 이름을 바꾸고 첫 음반을 발표했다. 여러 인터뷰와 음반 해설은 명동 무겐에서 연주를 들은 이장희가 프로듀싱에 나선 과정을 전한다.
1집 음반 크레딧에는 최이철(기타·보컬), 김명곤(키보드·보컬), 이근수(키보드), 사르보(베이스), 김태흥(드럼)이 기록되어 있다. 결성 멤버와 실제 녹음 멤버, 이후 공연 멤버는 완전히 같지 않으므로 여기서는 음반 크레딧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히트곡을 연주한 밴드가 아니라,
연주 자체가 히트였던 밴드.
노래 네 곡, 연주곡 네 곡의 자신감
1집의 〈한동안 뜸했었지〉는 이장희가 작사·작곡하고 김명곤이 편곡했다. 친근한 노래 뒤에서 기타, 건반, 베이스는 많은 음을 과시하는 대신 서로의 빈 공간을 정확히 나눈다.
앨범에는 〈저 바람〉과 〈달빛〉뿐 아니라 베토벤의 〈운명〉, 〈여왕벌의 행진〉, 〈아베마리아〉를 밴드 사운드로 옮긴 연주곡도 실렸다. 대중적인 타이틀곡과 연주 실험을 한 장에 담았다는 사실은 사랑과 평화가 스스로 음악을 설계한 연주자 집단이었음을 보여준다.

한 밴드를 지나간 한국 음악의 계보
1979년 2집에는 〈얘기할 수 없어요〉와 〈장미〉가 실렸다. 베이스는 더 탄력적으로 움직이고 기타와 건반은 보컬 사이를 파고든다. 1집의 훵크 감각이 대중적인 노래 안에서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오랜 시간 최이철, 김명곤, 이근수, 김태흥뿐 아니라 이남이, 송홍섭, 장기호, 박성식 등 중요한 연주자들이 사랑과 평화라는 이름을 거쳐 갔다. 2023년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은 이들이 소울, 훵크, 디스코, 블루스와 퓨전 재즈를 한국 대중음악 안에서 자기 방식으로 재구성한 성취를 공로상으로 기렸다.
LISTENING GUIDE · OFFICIAL TOPIC AUDIO
오늘 다시 들을
세 곡

한동안 뜸했었지
기타와 베이스가 비켜주며 만드는 리듬

장미
보컬 뒤에서 밀고 당기는 밴드의 합

얘기할 수 없어요
노래와 연주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순간
사랑과 평화를 ‘옛날 가요’라는 말로만 묶으면 이 음악의 움직임을 놓치게 된다. 익숙한 목소리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기타와 베이스, 건반의 빈틈을 따라가면 지금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합주가 남아 있다.
1978년 서울에는 이미,
이런 그루브가 있었다.
SOURCES & CREDITS
밴드 결성과 1집 녹음 크레딧을 구분했으며, 공식 시상 기록과 음반 정보를 중심으로 대조했습니다.
1집 커버는 Apple Music의 유통 이미지를, 2집은 Yes24 상품 이미지를 소개 목적으로 인용했습니다. YouTube 썸네일은 Love&Peace - Topic, KBS, 밴드 공식 채널의 원본 영상으로 연결되며 권리는 각 권리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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